
5대 시중은행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인한 대규모 RG 손실을 경험한 이후 11년 만에 중형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재개했다.
은행권과 조선업, 올해 총 14조 원의 신규 RG 한도 부여
신한은행은 대한조선이 벨기에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선 1척(수주액 8700만 달러)에 대한 1호 RG를 발급했다.
금융기관들은 중형 조선사에 선수금 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을 발급해 총 1조 원 규모의 수주를 지원하고, 대형 조선사에는 올해 총 14조 원의 신규 RG 한도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선박 건조 계약에 필수적인 RG 공급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주 및 건조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대형 조선사들에 대해서는 시중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총 8개 은행이 RG 발급을 분담해 왔으나, 최근 고가 선박 수주 호황으로 인해 기존 RG 한도가 거의 소진됨에 따라 신규 RG 한도를 부여했다.
8개 은행은 현대계열 3사(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와 삼성중공업에 총 101억 달러의 신규 RG 한도를 부여했다.
시중·지방은행이 모두 함께 중형 조선사 RG 발급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RG는 조선사가 선박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거나 중도 파산할 경우 선주에게서 받은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돌려주겠다고 보증하는 제도로, 조선사의 수주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조선사, 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는 등 호조세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대량 수주하며 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는 등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선박 수출도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총 104억 달러로 전년 대비 57% 증가하며 수출 우상향을 견인하고 있다.
9개 은행은 기존 수주한 선박들의 RG 발급기한에 맞춰 각각 약 3000만 달러, 총 2억 6000만 달러 규모의 RG 9건을 지원해 총 7억 달러 규모(약 1조 원 상당) 선박 9척의 건조가 순조롭게 진행될 예정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중형 조선사 RG에 대한 특례보증 비율을 기존 85%에서 95%로 확대해 은행의 보증 부담을 기존 15%에서 5%로 낮췄다.
조선사업에 금융지원 대폭 확대
정부와 12개 금융기관은 우리 조선업계가 글로벌 1위 경쟁에서 수주경쟁력을 확보하고 수출을 확대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한다.
이번 조치는 국내 조선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산업은행은 중형 조선사가 이미 수주한 선박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2억 6000만 달러의 RG를 발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총 5억 7000만 달러(약 7500억 원) 규모의 선박 6척의 건조가 순조롭게 진행될 예정이며, 향후 수주 계약 건에 대해서도 선박 인도 일정에 따라 1억 6000만 달러의 RG를 발급하기로 했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K-조선 세계 1위 유지를 위한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대형 및 중형 조선사의 동반 발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수주-건조-수출 전주기에 걸쳐 민관이 원팀으로 총력 지원하고, 후발 경쟁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한 K-조선 초격차 기술 로드맵을 7월 중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과거 조선업 침체로 중단됐던 시중은행의 중형 조선사 RG 발급이 재개된 것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조선사의 금융애로가 없도록 지원하고 업계와 지속 소통하여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